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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생각

어른들의 연계독서

by 백에어 202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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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오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연계독서는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연히 칼럼을 쓰기위해 도서관에 들려, 워킹맘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들의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  “ 내가 너라도 그랬을거야 ”. 라는 책을 발견한다.  육아 서적이 예쁜 퍼즐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처럼 내용도 진부하게 느껴질만큼 육아 관련책을 수업시 보았기에, 제목부터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 한시간 만에 읽게 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가, 갑자기 웃기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지만 우주공간에 혼자남은 어린왕자가 여우랑 대화하듯 그렇게 작가와 함께 대화했다.

칼럼의 시작부분이 부부싸움과 관련된 주제 였기에, 잔잔한 모래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끌려가듯, 눈에 보이지 않는 피터지는 전쟁이라는 공감으로 책에 빠져 들었다. 결혼전, 아이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한 것이라 이야기하던 남편이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나서의 싸움은 그야말로 전쟁, 현실을 몰랐던, 이 남자는 다르다 생각했던 모든것들이 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남겨진 현실은 난 아이의 엄마, 그리고 남자의 아내.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는 저자는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 그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넷째 유정이다. 마음이 아픈아이,  유정이를 입양하면서 가족들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갔고, 저자가 한층 더 성숙해 지고 자신의 진실된 삶에 대해서 고찰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보육원에서ㅁ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입양을 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그런데 그 아이가 말을 못해”라는 저자의 말에
“ 우리가 수화를 배우면 되겠다” 대답했다고 한다. 첫 아이를 낳고 수많은 싸움을 했다던 저자의 글에 와이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남편일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보며, 아무도 모르는 나의 마음에 창피 했다. 길복순 영화의 대사처럼 잘못한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남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나 스스로 잘못했다 인정하고 다시 읽어 나간다. 역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단 5분만에 보고싶은것이 바뀌니까.
이수라는 첫째 아이와 함께 하는 대화속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말 못하는 유정이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 참으로 대단한 아이다.

언젠가 공원에 갔다가 아이들 넷이 한참을 뛰어놀게 두고 커피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이수가 다급하게 뛰어와서 내게 말하는 것이다.
“엄마, 나 이제 유정이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어. 그리고 유정이가 나를 이해하는 것보다 내가 유정이를 이해하는 게 더 기쁘다는 사실도 깨닫 게 되었어."
"참 반가운 일이다. 유정이를 이해하기에 시간이 꽤나 필요하고 한참 뒤에나 듣게 될 거라 생각했던 말을 이렇게 일찍 듣게 되다니 엄마도 정말 기쁘다. 우리 이수가 이렇게 크다니 엄마가 정말 기뻐. 고맙다." 이수가 이어서 하는 말이다. "엄마, 나 또 깨달았어. 이렇게 엄마가 기 뻐하니까 나 또한 기쁘다는 사실을"
내가 너라도 그랬을거야 중에서
책을 덮으면서 많은 생각을 가졌지만, 이수라는 아이가 글을 쓰는 작가였고 자신의 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것을 보고 바로 전이수 라는 작가를 검색했다. 아직도 10대일 그 아이는 책을 벌써 많이도 냈다. 얼마나 글을 쓴것인지,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게 느껴졌다.
전이수작가의 일기를 훔쳐보다 우연히 바로 옆에 있는 마흔에 관하여라는 정여율의 산문집을 본다. 우연히 편 94p “익숙한 나로 부터 거리 두기”라는 문구를 보고 서서 읽어 본다. 멀어지고 싶은데 좀처럼 멀어지기 힘든 관계중 하나가 직장 동료라는 글을 보고, 순간 너무 소름 끼치도록 놀랐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들으면 함께 놀랄것 같다. 나는 지금도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와서 10년간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3년 마흔이 된 시점이라 우연히 꺼낸 책에서 그것도 94p를 펴서 보게된 일은 정말 우연이였을까? 사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상관이 없다. 내가 도서관에 온 이유는 칼럼을 쓰기 위해서 였고, 칼럼의 반은 채웠으며, 많은것을 배우게된 책을 한권 봤고, 그 저자의 중심인 이수라는 아이의 일기를 훔쳐보다 나는 현재 내가 마주한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마흔에 관하여 라는 책을 대여했다. 그리고 이수네집 김나윤 저자의 내가 너라도 그랬을거야 라는 책을 통해 최근들어 잔소리가 심해진 수빈이 주환이 엄마를 되돌아 보았고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티비를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보면서 술을 마시는 것을 어떻께 끊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저자는 남편이 책을 읽어주기도, 자신이읽어주기도 하면서 토론 한다고 한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 보다 남편에게 책을 읽어주면 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남편과의 관계에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난 술을 줄일수 있겠지. 물론 가능한지는 해봐야 알긴하다.)

아이들만 연계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자 목적을 가지고 온 도서관에서 현재 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도, 위안을 받을수 있는 책을 찾았다. 인생에 정답이 있겠냐만은, 학교에서의 과제를 위해,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연계독서를 하는 아이들 처럼 지금의 나의 삶의 과제를 찾고, 나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연계독서는 성인에게도 꼭 필요한 독서 방법이라 생각한다.
머리속이 답답할때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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